상실과 광기의 시대, 개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의 어려움과 함께 혼란한 시대상황에서 겪는 인간의 갈등과 방황, 그리고 급격한 시대변화 속에서 세대간, 농촌과 도시, 세대와 빈부의 격차에서 삶의 방향과 목표를 세우지 못한 채 방황하는 인간들의 고뇌와 고통을 담아내는 작품들을 선정하였다.
김동인의 「광염 소나타」는 천재적인 음악가의 광적인 예술혼과 파괴적인 충동을 통해 예술가의 고뇌와 인간성의 경계를 탐색한다. 그의 주변 인물과의 비극적인 관계가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붉은 산」은 간도 지역 조선인들의 피폐한 삶과 일제의 탄압을 그림으로써 식민지 현실의 비극성과 사회적 모순을 비판하고 있다.
김유정의 「만무방」은 가난하고 절망적인 농민들의 삶을 통해 그들이 잃어버린 희망과 인간성을 보여주는데, 사회 구조적 모순에서 오는 상실감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나혜석의 「경희」는 근대적 자아를 찾아가는 여성의 고뇌를 다루고 있는데, 전통적인 가족의 속박과 여성으로서의 한계에 부딪히는 모습을 통해 구세대와의 갈등을 보여준다.
이상의 「권태」는 일상에서의 권태와 무력감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림으로서, 일종의 정신적 상실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종생기」는 삶과 죽음, 존재와 무의 문제를 탐색하며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고독과 불안, 그리고 삶의 유한성에 대한 실존적 사유를 보여준다.
채만식의 「치숙」은 서술자인 조카의 시선으로 백수 삼촌을 비판하며, 당대 지식인의 무능과 허위의식을 보여주는데, 세대 간의 인식 차이가 두드러지고 있다.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는 지식인 남편과 현실적인 아내의 갈등을 통해 당시 사회의 모순과 개개인의 고뇌를 그리고 있다. 부부 갈등이지만 넓게는 가치관과 세대의 갈등으로 볼 수 있다.
김동인 (1900~1951)
한국 근대문학의 선구자로 사실주의 문학을 개척하였으며, 인간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뛰어난 단편들을 남겼다. 대표작 「감자」, 「배따라기」 등이 있다.
김유정 (1908~1937)
단명한 작가지만 농촌 생활을 해학과 풍자로 그려내 독자적 문체를 남겼으며, 대표작 「봄·봄」, 「동백꽃」 등은 지금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나혜석(羅蕙錫, 1896~1948)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작가, 시인, 여성운동가로 수원에서 태어나 진명여자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여자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며 신여성의 길을 걸었다. 화가로서 「무희」, 「자화상」, 「스페인 해수욕장」 등의 작품을 남겼고, 파리 유학을 통해 야수파와 표현파의 영향을 받아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했다. 또한 문학에서는 소설 《경희》, 시 「광」, 「노라」 등을 발표하며 여성 해방 의식과 주체적인 삶을 강조했다.
이상 (李箱, 1910~1937)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자. 건축을 전공했으며, 파격적인 형식과 난해한 의식의 흐름을 담은 시와 소설로 획일화된 현실을 비판했다. 대표작으로 소설 『날개』, 시 「오감도」 등이 있다.
채만식 (1902~1950)
풍자와 현실 비판에 능한 작가. 일제강점기의 사회적 모순과 지식인의 고뇌를 깊이 있게 다루었다. 대표작 「레디메이드 인생」, 「탁류」등이 있다.
현진건 (玄鎭健, 1900~1943)
한국 사실주의 문학의 개척자. 일제강점기 식민지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 민중의 삶과 지식인의 비애를 냉철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대표작은 단편 『운수 좋은 날』, 『고향』, 장편 『무영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