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혼돈의 시대, 경계에 선 영혼들의 초상
삶의 터전을 떠나야만 했던 이들의 쓸쓸함, 새로운 시대의 빛과 그림자. 여기, 격동의 20세기 초 한국을 살아간 우리들의 자화상이 펼쳐집니다. 『혼돈의 시대, 경계에 선 영혼들의 초상』은 급변하는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고향을 떠나 도시로 향하고, 전통과 근대,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방황했던 이들의 내면을 깊숙이 파고든 아홉 편의 단편을 엮은 선집입니다.
이상의 파격적인 시선으로 도시의 익명성과 인간 소외를 그린 「날개」, 그리고 이효석이 근대 문명과 자본주의가 가져온 인간성의 변화를 탐구한 「돈」과 「도시와 유령」, 자연 속에서 삶의 본질을 묻는 「산」은 도시의 어두운 단면과 그 속에서 흔들리는 자아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최서해의 작품들은 혹독한 식민지 현실과 가난 속에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이들의 절규를 생생하게 담아냅니다. 「고국」에서 느껴지는 비참한 현실과 고향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탈출기」와 「박돌의 죽음」에서 터져 나오는 저항과 좌절, 그리고 「홍염」의 처절한 비극은 그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진건의 「고향」은 잃어버린 고향을 찾아 헤매는 이의 비극적 여정을 통해 근대화의 그림자와 상실감을 깊이 있게 다룹니다.
이 아홉 편의 이야기는 단순한 옛 이야기가 아닙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묻고, 잃어버린 무언가에 대한 향수를 느끼며, 때로는 피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고뇌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통해 혼돈의 시대를 온몸으로 겪어낸 선구자들의 치열한 삶과 깊은 내면을 만나보세요. 그들의 고뇌는 오늘날 우리의 삶에 어떤 질문을 던질까요?
지금, 경계에 선 영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세요.
작가 소개
이상 (李箱, 1910~1937)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자. 건축을 전공했으며, 파격적인 형식과 난해한 의식의 흐름을 담은 시와 소설로 획일화된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대표작으로 소설 『날개』, 시 「오감도」 등이 있습니다.
이효석 (李孝石, 1907~1942)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자연과 인간의 본능적인 삶을 탐미적으로 그린 작가. 특히 향토적 서정과 순수하고 목가적인 분위기의 작품이 많습니다. 대표작은 단편 『메밀꽃 필 무렵』, 『산』, 『도시와 유령』 등이 있습니다.
최서해 (崔曙海, 1901~1932)
신경향파 문학의 대표 주자로, 주로 가난과 고통 속에서 분노하고 좌절하는 민중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렸습니다. 빈궁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며, 대표작으로 단편 『탈출기』, 『고국』 등이 있습니다.
현진건 (玄鎭健, 1900~1943)
한국 사실주의 문학의 개척자. 일제강점기 식민지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 민중의 삶과 지식인의 비애를 냉철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냈습니다. 대표작은 단편 『운수 좋은 날』, 『고향』, 장편 『무영탑』 등이 있습니다.